구수하고 긴 여운 ‘봉평 3미’
구수하고 긴 여운 ‘봉평 3味’
“봉평이 펑창이었어?” 봉평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놀라는 장면을 종종 본다. 평창이 워낙 넓어서 봉평장터에서 평창읍까지 자동차로 1시간, 대관령면 횡계까지도 약 1시간 거리인 만큼 서로 다른 지자체로 볼 수도 있겠다. 아울러 ‘봉평메밀’ ‘봉평막국수’라는 간판을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평창군 봉평면이 아니라 ‘봉평군’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봉평하면 메밀이요 메밀하면 봉평이다. 봉평의 메밀을 널리 알리게 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도 봉평이고 작가 이효석의 고향도 봉평이다. 대화로 가는 70리 산비탈 길을 가는 장면에서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모밀밭께로 흘러간다.”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나 보이는 곳마다 모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없이 하얀꽃이야”라는 글은 당시부터 봉평이 온통 메밀 밭이었음을 보여준다. 메밀의 본산인 만큼 메밀을 이용한 음식 역시 봉평이 으뜸이다. 갓 부친 메밀전에서 구수한 메밀묵과 매콤한 막국수까지 ‘봉평 3味’를 찾아본다. 담백하면서도 소박한 맛은 굳이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오래 기억되는 구수한 여운이 있다. 봉평 3味가 결국 당신을 다시 봉평으로 이끌 것이다.
봉평장터에서 만난 ‘메밀전’
첫번째 만날 봉평 음식은 메밀전이다. 곱게 빻은 메밀 가루로 묽게 반죽을 해서 뒤집은 솥뚜껑에 기름을 발라 부친다. 배추 몇 점과 쪽파를 올리고 메밀 반죽을 한 국자 떠서 휘 두르면 고소한 기름 냄새와 토닥토닥 익어가는 소리마저 군침을 돌게한다. 메밀전은 평창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역시 장터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북적이는 장터 한 켠에 자리를 잡고 갓 부친 고소한 메밀전에 막걸리 한잔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봉평의 메밀전은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두툼하면서도 폭신폭신한 감촉이다. 보통 메밀전은 얇게 부쳐야 한다지만, 메밀 향을 즐기려면 종이처럼 얇은 메밀전 보다는 도톰한 전이 좋다. 가격도 저렴해서 메밀전 3장에 단돈5천원이다. 주로 메밀 전병과 감자전을 함께 파는데, 모두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모둠전도 구성과 가성비 모두 좋다. 봉평면사무소 방향에서 봉평장터에 들어서면 장돌뱅이 조형물을 지나 오른쪽 골목이 먹거리코너다. 어느 집을 선택해도 만족할 것이다.
봉평의 특별한 ‘메밀묵’
한 동안 메밀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상 먹거리가 귀한 산촌에서나 먹는 구황작물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메밀이 영양학적으로 재조명되면서 이제는 건강을 위해 일부로 찾아 먹는 음식이 되었다. 그중 하나가 메밀묵이다. 통 메밀을 갈아 물과 함께 가마솥에 올리고 오랜 시간 주걱으로 저어가며 만드는 메밀묵은 루틴의 함량이 높아 혈액순환을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이 있다.
봉평에는 우리 몸에 이로운 특별한 메밀묵을 내는 집이 있다. 일반 메밀에 비해 루틴 함량이 70~80배나 높은 타타르메밀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메밀묵을 만드는 곳이다. 메밀묵 한 모에 메밀 싹, 산나물, 명태 식혜를 함께 내어주는데 기다란 나무접시를 활용한 플레이팅도 인상적이다. 케이크 칼로 알맞은 크기로 자른 다음 함께 나온 나물과 명태회를 올려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작은 접시에 담긴 노란 타타르 메밀가루를 찍어 먹어도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서민적이고 투박한 맛 ‘막국수’
막국수 잘하는 곳이 전국에 얼마나 될까? 인근 양양과 횡성에도 유명한 막국수집이 있지만, 메밀의 본산답게 봉평 역시 소문난 막국수 집이 여러 곳이다. 그중에서도 이효석문화마을 주변 메밀음식거리의 막국수집들이 눈에 띈다. 막국수 잘하는 집은 면을 높게 올린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면을 잘 다루는 집이라면 맛은 어느 정도 보장 될 테니 일리 있는 이야기다.
봉평의 막국수 집들 역시 돌돌 만 면을 높이 올렸다. 소담한 꾸미가 더해지니 수수하면서도 꽤나 화려하다. 마치 라벨을 감춘 명품 같은 모습이랄까? 메밀 함량은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데, 100% 순 메밀면도 좋지만 60~80% 메밀에 밀가루를 더한 면은 오히려 차진 식감이 마음에 든다. 사실 막국수는 서민적이고 거친 음식이다. 매운 양념에 겨자와 식초까지 강한 양념을 더하니 상당히 자극적이다. 그래도 고춧가루도 넣고 설탕도 더 넣고 마음에 들 때까지 양념해도 좋다. 누가 뭐래도 내입에 맞는 막국수가 가장 맛있는 막국수다. 마음대로 막 비벼서 막국수라니!
봉평 3味
봉평장
주소: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397-11 일대
전화: 봉평시장 상인회 033-333-3369
메뉴: 메밀전 3장 5,000원, 모듬전 5,000원, 감자전 4,000원
이용시간: 봉평장날 2, 7일
메밀꽃향기
주소: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길 33-5
전화: 메밀꽃향기 033-336-9909
메뉴: 타타리수제묵 10,000원, 순메밀묵사발 9,000원
이용시간: 09:30~19:00 연중무휴
봉평메밀음식거리
주소: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542-2 일원
전화: 고향막국수 0507-1424-1211, 물레방아막국수 033-336-9004, 메밀꽃향기 033-336-9909
메뉴: 비빔막국수 8,000원, 물막국수 8,000원, 타타리수제묵 10,000원, 순메밀묵사발 9,000원
이용시간: 09:30~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