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를 걷다.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
구름 위를 걷다.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
강원도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스크럼을 짠 듯한 산줄기가 마치 알프스를 연상케 한다. 초지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유혹하며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도열하고 있다.
육백마지기라는 이름은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들판’이라는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962년부터 벌목하고 땅을 개간해 엄청난 규모의 농토를 일군 것이다. 농사지을 땅을 얻기 위해 이 험준한 산꼭대기까지 올라온 농민들의 개척정신에 숙연할 뿐이다. 해발 1256미터, 고도가 높아 한여름에도 서늘해 능선을 타고 온 바람이 가슴팍을 파고들면 짜릿할 정도다. 이 높은 곳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은 큰 매력이다.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평창군 미탄 읍내에서 올라가야 한다. 구불구불한 길을 5km쯤 달리다 보면 삼거리를 이르게 되고 다시 왼쪽 비포장길을 따라 2km쯤 달려야 최종 목적지인 주차장에 닿게 된다. 마지막 구간은 자갈이 튀고 흙먼지가 자욱해 유년시절 시골길이 떠오른다.
30여 대쯤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은 전망대를 겸한다. 테일 게이트를 열면 시원스러운 풍경이 품에 안긴다. 주차장 바로 옆의 구름원은 천상화원으로 패랭이, 하늘매발톱, 구절초, 동의나물, 비비추 등 우리 야생화를 볼 수 있어 걷기만해도 힐링이 된다.
육백마지기의 하이라이트는 풍경원이다. 6월 말쯤 찾으면 경사면은 솜이불처럼 하얀 데이지 꽃이 수놓는다. 가을이 되면 쑥부쟁이, 산국 등이 그 바통을 잇는다. 예배당은 두 서너 사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앙증맞아 이 미니어처 교회를 배경 삼아 인생샷을 찍는 이들이 많다.
그 앞에 무지개 의자에 앉으면 중첩된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늘 향해 계단이 놓여 있는데 그 끝에는 사랑 고백하기 딱 좋을 ‘하트 포토존’을 조성해 놓았다. 풍력발전기 1호기까지는 구름 위를 산책하는 느낌이며 2호기 옆에 조성한 팔각정에 오르면 청옥산 육백마지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정에 위치해 산줄기로 넘어가는 일몰은 물론 가리왕산으로 떠오르는 일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아침에는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운해를 볼 수 있으며 운 좋으면 은하수와 별똥별이 만들어낸 우주쇼에 눈이 호강한다.
다시 차로 하산, 아랫마을 닿기 전, 육백마지기 자작나무 숲을 놓치지 마라. 제1 포토존에 가면 앙증맞은 자작나무 인형이 서 있으며 나무를 잘라 만든 벤치에 앉아 포즈를 취할 수 있다. 제2 포토존까지는 부엽토를 밟으며 걷는 산책로가 그만이다.
동강이 만들어낸 U자형 지형, 칠족령 전망대
미탄읍에서 마하리 동강어름치마을을 지나면 길은 본격적으로 동강과 손잡는다. 안돌바위는 황새여울에서 뗏목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아내가 몸을 던진 비운의 바위다. 안돌바위부터 백룡동굴탐방센터까지는 협소하지만 동강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길이 매력적이다.
백룡동굴탐방센터에 주차하고 마을 위로 올라가면 팔각정이 나온다. 이곳이 백운산과 칠족령 올라가는 시작점이다. 백운산은 뱀처럼 굽이치는 사행천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으나 6.5km 4시간 50분 소요되어 만만치 않는 산행코스다. 백운산이 부담스럽다면 문희마을을 출발해 칠족령 전망대를 다녀오는 트래킹 코스를 권한다. 완만한 코스로 3.4km, 왕복 1시간 40분이면 충분하다.
손때 묻지 않는 원시림이 펼쳐져 산림욕 하기에 제격이다. 이 외진 곳에 산성의 흔적도 보인다. 삼국이 대립하던 시기,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격전장이지만 지금은 너무나 평온하다. 다시 10여분쯤 걸으면 동강이 ‘U’자형으로 흐르고 있는 칠족령 전망대가 나온다. 옥빛의 동강은 칼로 자른 듯한 절벽을 깎고 이리저리 굽이치면서 산태극과 수태극을 만들어냈다.
칠족령은 정선 신동읍 제장마을에서 평창군 미탄면 문희마을로 넘어오는 고개로, 그 옛날 옻칠을 하던 선비집 개가 도망갔는데 그 발자국을 따라가 보니 동강의 물굽이가 펼쳐졌다고 한다. 그래서 옷 칠(漆) 자와 발 족(足) 자의 칠족령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강아지가 찾아낸 길로 보면 된다. 전망대 발아래에 백룡동굴이 있다고 하니 더욱 신비롭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새말IC-안흥면-평창읍-미탄면-청옥산 육백마지기
주변관광지
웰컴투 동막골 세트장, 동강어름치마을, 평창돌문화체험관
맛집
평창읍내 올림픽시장 5일장(5일, 10일)이 볼만하며 산나물, 메밀부침개, 올챙이국수 등 강원도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다. 기화양어장횟집(033-332-6277)에서는 평창 특산물 송어회를 맛볼 수 있다.